보물찾기하듯 숨겨놓은 엄마의 편지속엔 떠날 수 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가득했지만 정작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은 없었다. 다만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금방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 엄마도 이곳을 떠나서 아빠와의 결혼으로 포기했었던 일들을 시도해 보고 싶어. 실패할 수도 있고 또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엄마는 이제 이 대문을 걸어 나가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갈 거야.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엄마가 늘 말했었지,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아.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 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지금 우리 두 사람,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그동안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배추된장국, 수제비, 배추전, 떡, 막걸리, 김치부침개, 두부, 꽃파스타, 가다랑어포를 곁들인 양배추빈대떡, 봄양배추, 양배추계란토스트, 감자빵, 아카시아튀김, 쑥튀김, 크렘브륄레, 토마토오이콩국수, 떡볶이, 밤조림,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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