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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아침에 만난 그 여자 생각을 해요. 그 여자 이름이 뭐죠?”

모르겠어요.”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의 이름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파리에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해 그가 아는 바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멋진 일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누군가에 대해 그는 며칠 동안 마음가는 대로 상상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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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동반자든 인생의 동반자든,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언제나 애정을 느꼈다. 그들, 무척 다른 동시에 아주 가까운 그들이 그녀 자신보다 더 훌륭하다는 데에 대한 감사 같은 것이었다. … 한 여자의 삶에 세 동반자들이 있었다는 것, 그것도 모두 좋은 동반자들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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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열정적인 연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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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 덴 베시라는 청년이 나를 그 연주회에 초대했었어.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었고. 그런데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더라고믿어져?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더 이상 알 수도 없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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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롯불 빛을 받으며 당신이 제 손 닿는 곳에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돌아올 생각을 열 번도 더 하겠지요. 당신이 다시는 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당신의 시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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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랑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해도 그것은 하나의 단계일 뿐, 흔히 예상하는 익숙한 결말은 아닐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는 수많은 낮과 밤이 펼쳐져 있고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과 동시에 그는 그녀에 대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한 욕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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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 사이사이에 시몽의 입술이 그녀의 관자놀이와 머리카락과 뺨에 부드럽게 와 닿았다. 폴은 말을 멈추고 시몽의 어깨에 이마를 좀 더 밀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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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행복한 몽유병자처럼 행동했고, 폴은 그런 모습에 감동해 그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녀는 돌연 그런 일이 그녀 자신에게 거의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여겨지는 데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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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주 중요한 거야. 감정 말이야. 당신에게 난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야. 편리하고 일시적인 존재일 뿐이라고. 그러니 나를 자기라고 부르지 마. 특히 아침에는 말이야. 밤에는 아직 참고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로제, 난 당신을 사랑하는걸.” 정말로 놀란 듯 메지가 반박했다.

! 그렇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마.” 라고 소리치며 그는 거북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 ’상대를 자기 자신만큼 소중히 여기는 건 폴과 나의 경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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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줄곧 꿈을 꾸고 있었다. 다만 그의 모든 꿈들은 폴을 향해 출발해서, 요동치는 강들이 고요한 바다로 유입되듯이 폴에게로 귀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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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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